[전대열 교수 칼럼]흰 연기로 바뀐 단일화 흥행

[전대열 교수 칼럼]흰 연기로 바뀐 단일화 흥행

문형봉 2025-05-11 (일) 22:59 20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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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바티칸의 수장은 교황이다. 세계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프렌체스코 교황이 세상을 뜬 후 차기 교황으로 누가 뽑힐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133명의 추기경 비밀회의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내뿜는 굴뚝이 세워졌다.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 연기가 나오는데 흰 연기가 나올 때까지 회의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비교적 쉽게 두 번째 날에 흰 연기가 솟아올라 미국 출신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이 되었다. 그는 첫 발언에서 “무기를 내려놓는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강조했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모두 후보자가 되는데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교황 선출을 둘러싼 음모가 그려진다. 이번에도 이탈리아 조반니 베추 추기경의 참석 여부로 진통을 겪었다. 그는 2년전 런던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바티칸 법원에서 징역 5년6월을 선고받고 항소중이다. 그는 한 때 교황청 2인자인 궁무처장과 시성성 장관을 역임하며 실세였던 사람으로 투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긴장했으나 스스로 불참을 선언하여 조용히 마무리된 셈이다.


종교의 세계에서도 이처럼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정치에서는 말할 나위조차 없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대선을 앞두고 크게 문제되었다. 여성 관계로 배심원단에서는 유죄로 평결되었으나 법원은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의 직책을 보고 판결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무죄판결로 대통령 출마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다. 한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왕성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원심법원에 파기 환송한 것이 대법원장 탄핵으로 이어지고 사퇴압력이 자심하다.


서울고법은 대선 전으로 재판날짜까지 정했다가 민주당의 압력으로 대선 후 날짜로 변경했으며 법원은 전국 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하여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법관대표회의가 무슨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구속력은 없다고 하지만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기에 주목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재명은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전국을 누비며 선거운동에 열중하고 있는데 상대당인 국민의힘은 후보를 선출해 놓고도 한덕수와의 단일화로 진통을 겪었다. 김문수가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약속한 것이 그의 발목을 꽉 잡았다.


대선 후보의 단일화는 과거부터 매번 있어 온 일이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이 김영삼과 김대중의 단일화 경쟁이다. 국민들은 두 사람 중 하나가 양보하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데 왜 머뭇거리느냐고 다그쳤지만 어느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고 결국 둘 다 떨어졌다. 그로 인하여 군사정권의 패퇴를 열망하던 국민의 희망은 무산되고 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 뒤 노무현이 민주당후보가 되었을 때 그는 이회창 정몽준에 이어 3위였다. 정몽준과의 단일화만이 한판 붙어볼 수 있는 형세였다. 정몽준은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고 노무현은 이를 수용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전화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이 이겼고 정몽준은 선거 직전에 노무현 지지를 철회했으나 최종승자는 노무현이었다. 치열한 경선에서 승리한 김문수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단일화를 외치며 후보 교체라는 최후 수순을 밟았다. 한덕수는 전주 출신이어서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표가 쏠릴 것을 염려한 이재명 측에서 극히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단일화를 비대위 결의로 밀어붙이며 오밤중에 전국 대의원 투표를 강행했다. 김문수는 가처분 등 법적 대응을 했지만 기각되어 후보 지켜내기가 불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의원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일어선 김문수를 버리지 않았다. 당원의 힘이 김문수를 살렸다. 한덕수는 이를 깨끗이 인정하고 김문수를 축하하고 비대위원장 권영세는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 과정은 한폭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모두 철저하게 깨진 정당으로 인정하고 돌아설 즈음 반전하는 흥행으로 변모했다. 만약 한덕수로 단일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해보나 마나 한 선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역대 총리들이 대권 도전을 시도했지만 김종필 이회창 황교안 고건 한덕수 등이 모두 주저앉는 모습이 재현된 것은 점쟁이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생겼다. 대선 최후 승자가 나오는 6월3일 흰 연기가 높이 솟아올라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은 이재명과 김문수의 양자대결로 결정났다. 교황 선거처럼 축복받는 대통령이 당선하기를 진심으로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