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박사 칼럼] 영화 ‘4월의 불꽃’은 4.19혁명의 역사

[전대열 박사 칼럼] 영화 ‘4월의 불꽃’은 4.19혁명의 역사

문형봉 2025-04-19 (토) 02:19 20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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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1960년 4월19일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성공한 혁명이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 혁명을 꾀한 일은 많았지만 대부분 마지막 정권을 뒤엎지 못하고 패퇴했기 때문이다. 고려말 이성계에 의해서 위화도 회군 사건이 있었지 만 군대를 동원한 것이었고 일시적으로 고려왕조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혁명의 형태는 아니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에 의해서 정권을 뒤엎고 새 정권이 들어선 것은 억지로 군사혁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역사는 이를 혁명으로 명명하지 않는다.


조선조 말 중국의 간섭과 일본의 침투에 대항하여 전봉준이 일으킨 동학혁명은 역사학자들도 혁명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삼남지대를 휩쓸던 동학군의 위세가 공주 우금치에서 멈춘 사실은 우리에게 한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제 강점 하에서 궐기한 3.1만세운동은 전국적인 규모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이를 3.1혁명으로 호칭하여 헌법전문에 ‘일제에 대항한 3.1운동과 불의에 항거한 4.19정신’을 우리의 건국이념으로 규정한 것은 양대 혁명의 의의와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지만 4.19혁명은 자유당 정권을 내쫓고 집권한 장면 정부의 무능으로 1년도 못되어 5.16쿠데타로 무너졌으며 이후 18년5개월 동안 박정희의 독재가 일관했으며 10.26 시해 후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군사정권이 30년 계속되면서 잊혀진 혁명으로 나락을 헤매었다. 참으로 분통이 터지는 망각 속에서도 4.19혁명을 이끌었던 동지들은 끈끈하게 뭉쳐 자유 민주 정의를 외치며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위대한 혁명정신의 구현을 위해서 몸을 바쳤다.


돌이켜보면 4.19혁명은 문자 그대로 맨손으로 이룩한 학생혁명이었다. 시위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국민의 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도 탱크를 몰고 나온 군인들은 아예 자리를 비켜줘 어린 학생들이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고 이승만정권의 퇴진을 외쳤으니 국민혁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과정에서 자유당 경찰의 발포로 186명이 희생되었고 6천여 명이 부상자로 기록되었다.


초등학생 6명, 중학생 21명, 고등학생 39명, 대학생 25명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피투성이로 죽어갔다. 이 장엄한 현실은 군사정권에 의해서 축소 은폐되어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그 뒤 1980년에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은 165명의 희생자를 내며 참혹한 살상의 대상이 되었으나 ‘87체제의 성공적 등장으로 각광을 받으며 전국적인 추모행사로 민주화운동의 심볼이 되었다. 5.18 관련영화도 ’택시운전사‘’화려한 휴일‘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20년 앞섰던 4.19혁명에 대해서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선지 아무도 영화 제작에 대한 꿈도 꾸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영화사 레드 파노라마(대표 송영신)가 팔을 걷어 부치고 영화제작을 자원했다. 4.19혁명공로자회에서는 서울시 등의 지원을 얻어내며 전체 회원들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1년여에 걸친 촬영을 마치고 드디어 4.19혁명 65주년을 기념하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용산역 CGV와 피카디리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청하여 시사회도 마쳤다. 이 영화는 4.19라는 한 시대의 극적인 변화상을 이모저모 더듬으며 비극적이었던 시대상을 묘사하는데 역점을 두었지만 모든 사람의 감정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했던 김주열열사를 조명하기 위해서 그의 모친(권찬주여사)역을 맡은 조은숙배우의 열연은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이승만을 승계하기 위해서 부정선거의 주인공이 된 이기붕일가의 비극적인 권총자살과 정치깡패의 사형집행은 영화 전체의 삽화에 불과했지만 망각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 교수데모를 마지막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한 이승만의 이화장 이사와 하와이 망명도 새 시대를 살고있는 젊은이들에겐 새로운 충격일 수 있다.


4월의 불꽃 영화는 개봉을 계기로 한강 국제영화제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도 4.19혁명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모멘트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와 어떤 감독에 의해서 새롭고 참신한 영화가 연속적인 제작으로 선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 국민들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독재를 물리치고 피로서 민주정권을 세웠던 이 금자탑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주화운동은 영원히 우리나라를 만세에 빛나게 하는 민족의 염원이요 역사임을 후세에 남겨줄 것이다.


문형봉 기자